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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할로윈 데이
    LA 일상 2017. 11. 2. 12:28
    LA에서 보낸 첫번째 할로윈데이.


    일찍 퇴근한 남편 손을 잡고 할리우드로 향했다.
    산타모니카 블러바드에 주차를 한 뒤 퍼레이드 장소로 갔다. 

    미국에서 처음 맞이하는 할로윈 데이라 나름 분장을 했다.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하얀 얼굴에 새빨간 입술, 눈은 검은톤으로 화장했다.
    그것도 부족한 것 같아서 오른 쪽 눈위에 거미줄 그림도 그렸다.
    퇴근한 남편이 날 보고 즐거워했다.

    정작, 할리우드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분장은 
    그냥 귀여운 수준이구나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할리우드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다.

    이 정도는 분장해줘야 하구나 싶다.



    퍼레이드라고 해서 특별히 시간이 정해져 있진 않았다.

    저녁 8시쯤 퍼레이드 대열에 합류했는데 그냥 계속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곳곳에 LA 경찰인 LAPD들이 있다.

    저녁을 먹었던 가게 앞에서 백인 남자 2명이 말다툼을 하다가 주먹 다짐으로 번진 사건도 벌어졌는데,

    인근에 있던 LAPD들이 와서 체포해 갔다.

    싸우면 바로 붙잡혀간다. 싸우지 말자.



    사실, 처음에는 이런 분장한 사람들 보고 놀랐다.

    자꾸 보다보니까 그러려니 했다.

    원래 이러고 다니는 날이 아닌가.

    서로가 서로의 분장을 보고 즐거워하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곳곳에서 핫도그를 장사를 하는 사람도 즐비했다.

    핫도그가 맛있어 보였지만 위장병이 도져서 아쉽게도 먹질 못했다.



    퍼레이드를 따라 선셋대로를 행진한다.

    게이들의 동네다.

    그러다 보니 이 곳엔 늘 밤이 핫하다.

    남편 전 직장 동료분이 미국 출장 왔던 날, 

    남편과 동료분과 함께 셋이서 이 길을 걸었다.

    남자들끼리 애정행각하는 걸 많이 봤는데 처음엔 솔직히 놀랐다.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자유가 살아있는 동네다. 

    동성애를 특별히 혐오하진 않았지만 특별히 지지하지도 않았다.

    아니, 말로는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고선 실제로 볼 땐 좀 낯설었다.

    이곳 LA에 살면서 그 거리감이 좁혀진 것 같다.



    할로윈 퍼레이드 행진을 끝까지 하지도 못했는데 한시간은 넘게 걸었던 것 같다.

    다시 주차한 곳까지 걷는데도 한참 걸렸다.

    LA에서 밤길을 이렇게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날이 몇이나 될까. 

    즐거웠고, 즐거웠으며 또 즐거웠다.

    해피 할로윈.


    덧, 내년에는 제대로 분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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