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부부 생존 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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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미국에서 뺑소니는 처음이지? 3화 밑 빠진 독, 고정비용 줄이기(1)LA 부부 생존 영수증 2019. 2. 22. 14:39
"선배, 선배, 선배, 선배 차 보셨어요? 어떡해" 결승선 끊듯 출근 시간에 맞춰 도착한 편집국. 좀처럼 나를 찾을 일 없는 한국계 캐나다인 후배가 내 차의 안부를 물었다. 장가가려고 산 새 차를 한국에서 'X값'에 팔고 미국으로 온 나는, 차체의 작은 긁힘에 흥분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어디 문쪽에 조금 긁혔겠지. 낯설었다. 내 차를 보고도 누구 것인가 했다. 처음 서울로 유학을 가 모처럼만에 고향 울산에서 엄마를 본 느낌이랄까. 왼쪽 전조등이 깨져 플라스틱 파편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보닛을 열어보니 2센티미터 정도가 엔진룸 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이른바 야매 업소에 가면 200~300달러(30~40만 원)만 내면 고칠 수 있겠지 싶었다. 한인 공업사(바디샵)를 찾아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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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라라랜드 현실은 집값랜드 2화 월세 210만 원, 신혼부부 1억 저축 프로젝트LA 부부 생존 영수증 2019. 2. 21. 14:57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City of stars. There's so much that I can't see."-별들의 도시여, 나를 위해 빛나고 있나요? 내가 볼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요.꽉 막힌 회색 도로에서 날갯짓하는 군무. 좁은 셰어하우스를 밝히는 여배우들의 파란 노란 빨간색의 드레스. 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흑적색의 카페와 술집, 그리고 바다. 사랑과 꿈을 좇는 청춘들의 낭만은 오히려 갑갑한 현실에서 더욱 반짝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한동안 영화 에 푹 빠져 지냈다. 가끔은 그곳에 가는 꿈을 꿨다. LA행이 결정되던 밤, 보름달이 크고 밝았다.지지난해 말 남자 친구가 갑자기 나에게 원서를 내밀었다. 미국에 있는 한인 언론사에서 5년 차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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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직장 그만두고 왜 왔어요?" 1화 대충 멍청해 보이기로 했다LA 부부 생존 영수증 2019. 2. 20. 15:13
잔악한 인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미국 동부 바하마 군도를 발견한 건 1492년 10월 12일이다.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착륙한 것은 1969년 7월 16일이다. 자고로 위인은 날짜로 기억되는 법이다. 나는 2017년 4월 25일 LA 국제공항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해 4월까지 나는 방송기자였다. TV에 얼굴이 나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은 복잡한 인간이었다. 장애인 단체를 이끄는 페이스북 친구는 나를 "기자라기보다 왠지 모를 수줍음이 있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돌이켜보니 그것은 염치였다 생각한다. 취재 보도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역 뉴스의 한계, 시각 자료 위주로 만들어내는 TV 방송 뉴스의 보수성, 그것에 내 얼굴을 내보내는 건 전파 낭비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