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LA에서 일하기 (12) : 스타벅스에서 살아남기
    LA 일상 2017. 12. 2. 01:46


    스타벅스에서 일한지 3주차. 


    아직까지  손님에게 주문 받는건 버벅 댄다. 

    현지인의 LTE급 속도의 영어를 듣고 반쯤은 흘려버리는데다 음료 종류가 너무 많다.

    과부하가 걸렸다.  한동안은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그걸 알아서인지 스타벅스에서도 나에게 이 부분을 빨리 강요하진 않고 있다.  


    오븐에 빵이나 머핀, 샌드위치 등을 따뜻하게 'warmed'  하는 건 금방 익숙해졌다.

    처음엔 어떤 빵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 찾느라 허둥댔다.

    한참 허둥대다 보니 대략적인 위치와 이름 등을 파악했다. 


    바에서 음료를 만드는건 어렵다. 

    그래도 기본적인 음료는 거의 만들게 됐다.

    매일 새로운 음료를 익히며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는걸 느낀다.


    손님들 이름을 부르는건 그나마 쉬웠다.

    이름을 부르고 주문 나간 음료를 클릭해 지우면 된다. 

    정신 없이 바쁠 땐 이 부분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긴하다.

    그리고 가끔 컴플레인 하는 손님들.

    대부분은 컴플레인을 하고도 음료를 새로 만들거나 빵을 다시 데워주는 등 원하는걸 해주면 별 문제 없이 넘어간다.


    이 단계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케어 덕분이다. 

    내가 빵이나 시럽 위치를 몰라 허둥대고 있을 때 외면한 동료가 없다.

    음료 제조법이 헷갈리면 무조건 물어보라고 말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음료를 그렇게 제조 했다.

    매니저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보고 배우라고 도와준다. 영어 과외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다. 

    속도를 더 빨리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잘 할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내 동료들은 나를 아이키우듯 케어해 준다. 누구하나 눈을 흘기거나 비난하는 사람도 없다. 

    귀찮을 법도 한데 티를 내지 않는다.

    한국 어느 회사가 이 정도까지 할까 싶을 만큼 신기하다. 

    바리스타에서 슈퍼바이저 그리고 매니저로 이어지는 직급 단계는 있지만 상하 복종을 요구하거나 명령을 하는 분위기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군대 벅스'가 LA엔 없었다. 

    더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 더 나아질거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사실 처음엔 스타벅스에서 '살아남으려면'이라는 표현을 한국식 사고 방식으로 곡해해서 들었다.

    일을 잘 못하면 짤리냐고 반문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팀워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내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었다. 

    스스로 도태되지 않고 자신들에게 잘 스며들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가까웠다. 

    반드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