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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on Foot 98 clubLA 일상 2017. 11. 21. 09:30
LA에는 수 많은 홈리스가 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홈리스가 많은 동네다.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거리를 활보하고 때때로 건물 안으로 들어 오기도 한다.
주말에 남편과 함께 벌몬에 있는 갤러리아 푸드코트에서 아점을 먹고 있던 중에 한 홈리스를 만났다.
아니, 만났다기보단 그 홈리스가 푸드코트를 전전하면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배가 고픈데 도와줄 수 있냐는 것이다.
그 누구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대부분 카드 결제를 하기 때문에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도와주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도움 자체가 그다지 달갑지 않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나는 이 두군데 모두 해당 사항이 없다.
내 지갑에는 4달러의 현금이 있었지만 이 돈을 주고 보내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끝내 나는 그의 손에 돈을 쥐어주지 않았다.
얼마전 참여했던 Food and Foot이라는 봉사활동 때문이다.
Food and Foot는 홈리스들에게 그냥 돈을 주는 단체가 아니다.
홈리스들이 스스로 일을 하면서 사회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홈리스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교통비도 제공한다. 다만 그들이 버는 돈을 미리 주지 않는다. 5000불이 모일 때까지 대신 보관하다가 돈이 모이고 그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됐을 때 그 돈을 준다.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점을 먹는 내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속이 답답해졌다
당장 배가 고픈 사람을 외면하는 것이 맞는지 그리고 거리를 전전하는 홈리스들을 어떻게 풋앤풋으로 보낼 수 있는지.
한참을 끙끙대다가 남편에게 내가 내린 결론에 대해 조심스럽게 얘길 꺼냈다.
다음에 홈리스를 만나게 되면 1달러와 함께 풋앤풋에 대한 설명 혹은 브로셔를 나눠주는 것이다.
풋앤풋은 끊임없이 우리집으로 편지를 보낸다. 다시 한번 봉사에 참여하거나 98 club에 가입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것들을 한 달 동안 미루고 있던 나는 드디어 체증이 가셨다.
그리고 봉사활동 단체인 블루리본 이름을 통해 98 club에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98 club은 홈리스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데 매달 98 달러를 기부하는 것이다.
물론 이 금액을 혼자 부담하는 것은 힘들다.
매달 200만원 가까이 통장을 스쳐서 빠져나가는 렌트비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 세이브더 칠드런, 국경없는 의사회, 수원 여성의 전화 등 여러 단체에 매달 10만원 이상 기부했었다.
나름 기부가 습관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8불이 부담스러워진게 현실이다.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
그렇다보니 블루리본에서 10명의 사람들이 10불씩 내서 98 club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너무 반가웠다.
내 체증을 가시게 해준 일등 공신이 이 봉사단체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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