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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 on Foot 봉사 :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친다.
    LA 일상 2017. 11. 9. 09:30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 

    할리우드의 한 건물 뒤 공터로 갔다. 

    화려 하기만 할 것 같은 할리우드에 'Food on Foot'이라는 봉사단체 사무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어떤 사람들이 이 공간에 의미를 더해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건물 주차장 뒤 공터에는 수 십여명의 사람들이 구분지어져서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첫번째 그룹은 홈리스들로 오늘 봉사자들이 나눠주는 음식들과 옷이나 모자, 신발 등을 무료로 받으로 온 사람들.


    두번째 그룹은 형광빛이 도는 연두색 옷을 입고 있었다. 이들도 홈리스들이다. 

    다만 이들은 첫번째 그룹이었던 사람들 중에서 푸드 앤 풋의 상담가들의 심층적인 상담을 통해 멤버로 선택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단체를 통해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일부터 시작해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다. 

    또 이 과정에서 푸드앤풋으로부터 버스카드나 맥도날드 카드 등 최소한의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카드를 지급받는다. 

    그런데 카드 종류가 제각각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15불짜리 교통카드를 받았고 어떤 사람은 맥도날드에서 한달치 식사를 할 수 있는 돈이 들어있는 카드를 받기도 했다. 

    이들이 받는 카드의 종류는 푸드앤풋의 심층 상담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상담가들은 홈리스들이 5개월 동안의 과정을 끝까지 잘 해낼 수 있는지 컨디션을 확인한다.  끝까지 잘 해낼 것 같은 순위로 랭킹을 정하고 카드를 나눠준다.

    이 과정들을 잘 해내는 사람들은 잠잘 곳도 제공 받는다. 다만 '졸업'을 할 때까지 그들에게 현금을 쥐어 주진 않는다. 5천불이 모일 때까지 푸드앤풋이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이들이 졸업하면 그 돈을 돌려준다. 


    세번째 그룹은 푸드앤풋 졸업자 그룹이다. 그날은 3명의 졸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5개월의 과정을 온전히 거치고 '졸업'을 한 사람들이다. 푸드앤풋에서 모은 5천불도 받는다. 그 동안 스스로 일해서 번 돈이다. 이 돈을 가지고 홈리스 생활에서 벗어나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네번째 그룹은 봉사자 그룹. 나는 봉사자 그룹에 속해 있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봉사자는 다양했다.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미국답게 피부색도 제각각 달랐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다섯번째 그룹은 푸드앤풋 직원들이다. 이들은 봉사자들이 오전 11시까지 가져온 옷과 신발 등을 내놓고 모두를 기다린다. 봉사자들에게 오늘 진행될 봉사에 대해서 설명하는 사람도 있고 홈리스들을 상담하는 사람, 카드를 나눠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나눠진 그룹들은 약 2시간 동안 자기 역할을 해낸다.

    첫번째 그룹 사람과 두번째 그룹 사람들은 봉사자들이 나눠주는 음식과 옷 등을 받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들은 LA 곳곳에서 봤던 홈리스들과는 달랐다. 사회로 돌아가고 싶어했고, 다시 원래의 제 자신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홈리스들이었다. 


    제각각 사연도 다양했다.

    여동생이 살해된 뒤 마약에 빠졌고 결국 홈리스가 된 사람도 있었고, 술과 마약을 끊지 못해서 홈리스가 된 사람, 렌트비가 감당이 안되서 홈리스가 된 사람 등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좋은 일을 해서 누군가를 기쁘게 했는지 고백했다. 


    졸업한 사람들은 현재 자신의 삶이 얼마나 충만한지, 그리고 봉사자들의 기부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두어 시간의 봉사시간 중 실제로 내가 봉사를 한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서히 사회로 돌아오는 과정을 지켜볼 뿐이다.

    누군가가 잡아다 준 물고기만 받아가는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그 절실함이 전해졌다.

    퍼지는 동그라미의 크기만큼 마음이 더 자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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