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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에서 신발 수선하기
    LA 일상 2017. 12. 10. 10:54

    한국에서 신발이 뜯어지거나, 흠집이 나는 등 고쳐 신어야할 때면 늘 찾던 집이 있다.

    수원의 한 구두 수선집인데 전 세계적으로 손님이 뻗어 있다. 

    한번 단골이 된 손님은 다른 집으로 옮겨가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어느 겨울날, 워커와 부츠를 한번 수선 한 뒤 쭉 그 집에서 구두를 고쳐신었다. 

    회사 동기와 함께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가게다.

    동기가 취재해서 처음 만났던 가게라 방송을 들으면서 크게 와닿거나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점 주인 인터뷰가 필요해서 그 가게를 찾아간 적이 있다.

    다니던 회사 프로그램에도 나왔으니 인터류를 잘 해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빈손으로 가긴 미안해서 신발들을 함께 맡겼다. 

    사장님 부부가 인자한 표정으로 나를 반겨줬고 인터뷰도 잘 해줬다.


    그리고 며칠 뒤 고쳐진 내 신발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갔던 그 어떤 구두가게 보다 신발이 잘 고쳐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새것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줬다. 

    이후 계절마다 사장님에게 신발을 맡겼다.

    언제든 신발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나만 알고 있기엔 아까운 가게였다.



    한국에서 가져온 여름 샌달 한짝이 뜯어졌다.

    남편이 결혼 전 남자친구였을 때 선물 해준 신발이라서 그냥 버리기엔 마음 한켠이 짠했다.

    고쳐 신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땅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선집이 없었다.

    그 순간 수원의 구두 장인이 떠올랐다.

    그제서야 왜 세계 곳곳에서 손님들이 구두를 보내는지 깨달았다.

    소중한 추억이 담긴 구두를 예쁘게 만져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LA의 구두장인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LA에서 살면서 늘 정보가 부족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도 그럴것이라는 반추측성의 정보만 내줬다.

    미용실을 하나 추천받는데도 완전히 내 입맛에 맞는 집을 찾기가 어려웠다. 

    한참 신발 수선집을 찾아 헤매다 갤러리아 마트에 갔던날 마트 안 구두 수선집에 샌달을 맡겼다.

    단돈 10불.

    구두 값이 9만원이니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 뒤 받아든 샌달을 받고선, 수원에서 처음 받았던 감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사장님 손만 스치면 새 신발로 변할텐데.

    장인의 손길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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