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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버스 이용 설명서
    LA 일상 2017. 11. 16. 09:33

    처음 LA에 왔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얘기에 한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했다.

    일주일 쯤 지났을까, 워크 퍼밋을 받기 전이라 집에 있는 것이 지겨워서 낮에 동네 구경에 나섰다.

    무작정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요금이 1.75불인지 알았는데 운전 기사가 50센트만 내면 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왜 그런가 했더니 내가 탄 버스가 대쉬 버스였다. 

    파란색 바탕에 흰색이 섞인 DASH BUS는 다운타운을 한바퀴 크게 도는 버스인데 요금이 캐쉬로 50센트이고, 탭카드를 찍으면 35센트 밖에 하지 않는다. 

    그날 이후, 대쉬 버스가 다니는 동선으로 잘 다니지 않아서인지 대쉬 버스를 탈 기회가 잘 없었다.

    게다가 미국 버스들은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쉬 버스가 그렇다.

    시간이 여유로울 때면 모를까 일을 시작하게되니 여유롭게 대쉬버스를 기다려서 뺑뺑 돌아다닐 여력이 없게 됐다. 



    회사에 출근을 하게 되면서 자주 타는 버스는 720번 버스다.

    LA를 가로지르는 윌셔 길로만 다니는 버스인데 5~10분에 한 대씩 온다. 그리고 720번 버스는 두 대씩 한번에 나타나서 더 좋다.

    앞에 오는 버스를 타면 출퇴근 길이 혼잡하지만 뒤에 오는 버스를 타면 여유롭기까지 하다.


    가끔, 버스 운전 기사가 장애인 승객을 도와주거나 버스가 혼잡한 틈을 타서 무임승차하는 사람들도 있다.

    며칠전에는 대여섯명이 동시에 뒷문으로 무임승차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버스 운전 기사가 버스 요금을 내라고 소리치긴 했지만 아무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남미 사람들이 유독 많이 사는 LA라서일까. 대부분 남미계 사람들이 그랬다. (물론 모든 남미 사람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남미 사람들은 대부분 좋다.)


    사실, 20번 버스도 회사까지 가는 버스다. 

    20번보다 720번 버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720번 버스는 대부분의 정거장을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다.

    20번 버스가 같은 목적지까지 가는데 6번 멈춘다면 720번 버스는 딱 3번 멈춘다.

    강연회를 가기 위해 무작정 720번 버스를 탔는데, 720번 버스가 내가 내려야하는 버스 정거장에 멈추지 않아서 맥아더 공원까지 갔다가 영사관 인근으로 돌아왔던 웃픈 에피소드도 있었다.

     


    720번 버스가 20번 버스와 다른 점은 또 있다. 

    20번에는 있는 버스 스탑 버튼이 720번 버스에는 없다.

    대신 좌석 뒤쪽 위로 노란색 줄이 길게 달려있는데 저걸 잡아당기면 스탑 요청이 된다.



    지금이야 적응됐지만, 처음엔 어떻게 버스에서 내려야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옆에 탄 사람이 노란색 줄을 당기고 내리는 걸 보고 그냥 따라서 내렸었다. 

    그 때 생각하면 실소를 머금게 된다. 

    이제는 이민자들이 이민 초기에 겪는 사소한 안주 거리가 됐다.

    그만큼 나도 이 곳, LA에 잘 적응하면서 살아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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